복수의 미학 < Old Boy >
경찰서에 끌려온 취객 한명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이 기묘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술좋아하고 놀기좋아하는 , 단지 그것뿐 뭣하나 특별하게
보이진않는 샐러리맨 오대수.
훈방조치되어 빗길을 걸어 돌아가다 집에 안부를 전하려 들른
공중전화 박스앞에서
그는 지워집니다. 완벽히..
눈을 뜬 남자..
낯선방, 낧은 호텔방같이 보이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시간이가고,
배달되는 중국집 군만두로 허기를 채우고, 방한구석의 TV가
그의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의
존재였습니다.
왜? 누가? 무엇때문에? 나를 여기에 가둔것인가?
끝없는 자문을 거듭하다 뉴스에서 나오는 아내의 살해소식과
자신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알고 절망하게됩니다.
거듭되는 자살시도.. 하지만 죽을 자유마저 그에겐
허락되지않죠.
1년이 지날때마다 손에 새겼던 문신이 차츰 늘어가 15개를 채우게 될 무렵
그는 돌연 세상에
되던져집니다.
이미 그의 삶은 산산히 부서진 후.. 그는 자신의 유일한 존재의미.
자신을 15년간 감금한 자의 정체와 그 이유를 알아내기위한
긴 추적을 시작합니다.
한국 영화 2003 최대의 기대작이라던 두 영화가 모두 세상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상반기 [살인의 추억] 그리고 11월에 찾아온 [Old Boy].
둘다 범죄영화, 스릴러 장르, 송강호 VS김상경, 최민식 VS 유지태라는 대칭구도등
유사점을 갖고 있지만 차이점이 더욱 많은
수작들이였습니다.
우선 [Old Boy]는 하드보일드 범죄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함정에 빠진 남자, 우연인듯 또는 우연이 아닌듯 교차되며 그를 돕는 여자.
그리고 그를 함정에 빠트리고 조롱하며 끝간데 모를 게임속으로
빠져들게하는 남자.
이 3명의 엇갈리는 구도에서 뿜어져나오는 팽팽한 긴장감과 압박감은
스릴러란 장르가 뿜어내는 최대의 매혹이라 하겠습니다.
[JSA]에서 [복수는 나의 것]을 거쳐 [Old Boy]로 돌아온 박찬욱감독.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스릴러의 전형적 법칙들을 의도적으로 비틀며
조롱하듯 주무르는 귀재임을 보여준 반면 박찬욱은 오히려 고집스럽도록
장르영화로서 스릴러의 전형적인 코드들을 깔아둬 관객들이 낯설지않게
이 기묘하고도 잔혹한 이야기속에 선뜻 발을 들여놓게 유혹하는
수법[?]을 씁니다.
또 전작에선 보기힘들었던 초현실적인 장면들을 삽입하여
극적 긴장을 강화시키기도 하죠.
예를 들면 개미환상같은 걸루요.
또 극중 이우진의 본거지[?]팬트하우스 조차 마치 팀버튼감독의 [배트맨]에서
조커나 팽귄맨들의 본거지의 세트촬영처럼 초현실같은 질감을 보여주더군요.
최민식은 전작[취화선]에서 보여주듯 화면을 꽉채우는 존재감이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나름대로 유지태가 선전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최민식의 영화일수밖에
없다고 해야할정도입니다.
그저 연기만으로 이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일상속에 돌출되는 생생한 공포감으로
피부에 와닿게 하는 최민식.
정말 송강호와 함께 한국영화의 괴물[?]입니다.
유지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유의 대사톤이 하드보일드한 극의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함이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시니컬한 시선, 최민식과 대칭되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존재감은
새로운 악역캐릭터를 보여주어 흥미로웠습니다.
[보고나니 원작만화의캐릭터와도 유지태의 분위기가
닮아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론 원작였던 일본만화 [Old Boy]를 읽었던 때가 작년 여름.
마치 우라사와나오키의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팽팽한 긴장감,섬세한 묘사,
한편의 잘짜여진 수작스릴러 만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3분의 2,즉 종반을 넘어가며 결말에 대한 부담탓인지
스토리의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아쉬움이 남았었죠.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정말 의외의 극적반전이 생기더군요.
개인적으론 원작보다 영화쪽의 결말이 더 기발하고 신선했습니다.
[서글프고 잔혹하지만..]
예전 이 만화를 보며 만약 영화화되면 정말 멋진 시나리오가 나오겠다싶었고..
그런 저만의 예상[?]이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의
만남으로 이뤄진다는
소식듣고 무척 놀랬고 기대가 컸었답니다.
기대에 걸맞는 완성도를 갖고 돌아온 한국형 스릴러,
폭력씬,베드씬으로 도배하지않고 스토리만으로도 성인영화의 짙은 색깔[?]을
보여준 [Old Boy]였습니다.
Ps. 이제 한가지 더 남은 바램은 봉준호나 박찬욱 버전의 [몬스터]를 보고싶단
생각..
언제쯤 이뤄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