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로니 웨스턴의 재림! < DESPERADO >
그 숱한 서부극들의 배경처럼 법보다 총이 지배하는,황량한 마을에 기타케이스
하나 달랑 든 검은 옷의 사내가 찾아듭니다.
처음 찾은곳은 당연히(?) 범죄자들의 온상인 허름한 BAR였죠.
자신의 주문을 씹으며 목숨을 재촉하는 바텐더에게 한 기타연주자에게
몰살당한 옆마을의 사정을 자상하게[?] 이야기 해주는 나그네..
예상대로 BAR는 곧 쑥대밭이 되고, 이 마을을 지배해온 마약밀매 조직
부초일당에게 옛애인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 엘 마리아치는 서점 여주인
까롤리나의 도움으로 부초의 흔적을 쫓던중 숨겨진 실체에
한걸음씩 다가서게 됩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실로 모호합니다.
전체적으론 마카로니 웨스턴에 가장 가깝지만 곳곳마다 블랙코메디가
난무하고 얼핏 느와르 적인 면까지 보이는 등 한마디로 이 영화의 감독
로베르토 로드리게스의 개인적 영화취향이 짙게 배여있는 영화라 할수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멕시코 출신의 B급영화 감독이였던 그의 첫 헐리웃 진출작임과
동시에 , 본국 멕시코에서 개봉 당시 국내 흥행기록을 새로 썼던 자신의 데뷔작
[엘 마리아치]의 리메이크 이기도 합니다.
즉 자기의 영화를 자기가 리메이크한 셈이죠. [자급자족?]
그런데 이 [엘 마리아치]도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때가 로드리게스 감독의 나이가 20대초반, 무려 5백만원의
제작비로 제작되었다는군요.
초 저예산을 극복하기 위해 로드리게스 자신이 감독,각본,조명,촬영,음향 등
거의 모든 부문을 도맡고 [제2의 채플린?] 게런티를 아끼려고 주연배우를 제외한
배역은 감독의 동생,일가친척을 총동원했다는군요.
더구나 몇,몇씬에선 영화 초반부에 죽었던 인물이 다른 캐릭터로 버젓이
겹치기출연(?)도 불사했다는 믿을수없는 뒷 이야기까지 있는 영화입니다.
[정말 B급영화답습니다!]
암튼 이 영화의 파장은 감독 자신도 예상치 못한 것이였습니다.
멕시코 국내 흥행기록은 물론이고 미국 개봉까지 이뤄냈죠.
하지만 정작 로드리게스에게는 쉽게 헐리웃진출 기회가 찾아오지않았답니다.
독창적인 스타일리스트였던 그가 장르영화 중심의 제작자들의 구미에는
맞지 않았던거죠.
하지만 그에게도 생각지않던 기회가 찾아듭니다.
그와 여러면에서 공통된 영화취향을 가진 - 동,서양의 퓨전,B급영화- 퀸틴
타란티노의 적극 추천으로 헐리웃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을 맺게 된거죠.
여기서 잠시 곁가지..
전 로드리게스와 오우삼이 참 비슷하다고 느끼거든요.
둘다 당대최고의 액션감독들이구요.
한 컷을 찍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성을 뿜어내는 테크니션들이죠.
퀸틴 타란티노의 추천으로 헐리웃데뷔를 이룬 것도 일치하구요.
하지만 오우삼 감독에겐 항상 가슴 저미는 비장미가,
로드리게스 영화엔 허를 찌르는 황당함과 페이소스 가득한 블랙유머가
트레이드 마크 란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죠.
이렇게 천신만고(?)끝에 빛을 볼수있었지만
완성된 영화 [데스페라도]는 정말..
업그레이드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제작비 5백만원의 틀(?)에 갖혀 있었던 로드리게스의
기발한 상상력과 창조성이 전편에 흘러 넘치는 영화 [데스페라도]였습니다.
PS. 이 영화 이후 로드리게스는 [데스페라도]스타일에
호러를 접목한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발표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