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 극장

홍콩 느와르의 귀환 ! < 무간도 >

안 현 2004. 6. 7. 18:01




오늘 문득 , 새벽 4시에 눈을 떠 잠을 이룰수 없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괴로움이죠. ^^

DVD플레이어를 키고 헤드폰을 낀채 이 영화를 다시한번 보았습니다.





[홍콩 느와르]란 단어 들어보신적있으신가요?

사실 정작 홍콩사람들은 모르는 단어로 순수한 한국적 조어랍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간을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태풍같은 ,그저 한낫 유행영화 장르로 치부하기힘든

문화사조에 가까운 열광이 [홍콩 느와르]란 단어에 깃들어있었습니다.

[영웅본색][첩혈쌍웅][지존무상][정전자][첩혈가두]등..

세기말의 음울한 정서와 스타일리쉬하기까지한 강렬한 액션,

그리고 로맨티시즘이 어우러진 홍콩느와르의 마력은

 

주윤발,장국영,유덕화 Big 3 를 통해 구현되었었죠.


하지만 그 10년의 전성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의 손에의해 무너지게됩니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하기보단 수없는 자기복제를 통해

비슷비슷한 영화만을 끈임없이 찍어대는 홍콩영화에 기존팬들조차

 

식상해버린거죠. 





 

 

한때 아시아 최고의 상업영화 시장이였던 홍콩.

[ 반면 일본은 대조적입니다.

 

방송등은 철저히 오락성위주인 주제에 영화는 예술성지향의 경향이 강하죠!]

이젠 90년대 중반부터 자국시장의 부활을 계기로 다양한 장르의 상업영화를

속속 선보이는 두 국가에게 아시아 영화지존의 위치를 위협받게됩니다.


한국과 인도 , 이 두나라는 우선 철저히 상업영화 위주의 영화시장이라는

공통점과 세계적으로 가장 헐리우드 영화수입에 적극적이면서 또 헐리우드

영화문법을 자국영화에 접목시키는데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나라죠.


 

한류열풍이란 말로 요약되는 한국영화 강세!

헐리우드 마저도 인정하게만든 독특한 스타일 [모든 영화장르의 뮤지컬화!]의

 

인도영화는 탄탄한 자국영화시장 [우리나라는 말할것도 없고 인도는

 

잠재영화팬이 8억입니다!]과

영화소재로 활용하기 충분한 엄청난 역사적 소스가 비일비재하기에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홍콩영화는 공식사망을 발표할때인 것일까요?

99년 홍콩의 중국반환으로 정체성의 엄청난 변화를 겪고,홍콩을 대표하던

영화인들이 각개격파식으로 영입제의를 받아 헐리우드로 떠난후

이대로 와해되는가 싶은 홍콩영화계는 오랜 동면에 들어가게됩니다.

 

 

정치적상황이 호전되면서 왕가위,서극,진가신등 거물감독들이

홍콩으로 돌아오게 되고 유덕화,여명, 양가위, 장만옥,주성치등 홍콩잔류를

고집하는 배우들이 든든히 자리 잡아주면서 조금씩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게 현재까지의 홍콩영화계의 현실인듯싶습니다.

 




 




 

 

부연설명을 늘어놓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 함께 살펴보도록하죠!

[무간도]는 실로 오랫만에 등장한 [홍콩느와르]의 적자입니다.

타의에 의해 비극적 운명에 놓여진 두 사람, 선택의 기로, 갱과 경찰의 첨예한

 

대립등을 올드팬들에게 낯익은 양조위,유덕화를 통해 투영하는것은

 

기존의 계승이라고 볼수있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답습이라고 볼수없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영화는 기존 홍콩느와르의 최고흥행카드였던 액션을 버렸습니다.

홍콩영화하면 아직도 트레이닝 가방가득 담긴 총을 하나,하나 난사한후 버려가며

벌이던 장렬한 총격씬을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줄압니다.

성당에 비둘기 날면 성냥개비 하나물고 슬로우 모션으로 발레동작처럼

 

우아하게 총격전이 벌어졌었죠!


그런데 [무간도]엔 총소리 한방 듣기어렵습니다. 액션이 없다시피합니다.

남성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느와르에서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영화는 철저히 두 인물의 심리묘사에 치중하는 스릴러영화문법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면서 범죄조직에 몸을 담아야 하는 진영인.

반대로 삼합회라는 조직의 일원이면서 경찰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유건명.

가정이 생기고 진급도 순조로워 조직을 떠나고싶은 유건명과,

단지 본래의 자리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진영인. 

그들의 운명을 건 충돌이 화면가득 서슬 퍼렇게 드러납니다.


유덕화 , 양조위의 연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그저 적역이였다란 말밖에...

이 영화의 숨은 공로자는 탄탄한 연기를 보여준 두 조연 황추생과 증지위에

 

있습니다.

호러영화의 단골손님이던 황추생!

그 살벌하던 눈빛을 거두고 강직한 형사역을 잘소화 해주었구요.

한술 더뜬 경우는 증지위!

평생 코메디로 일관하던 작자가 카리스마 넘치는 암흑가보스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불일 것은 이 영화의 촬영은 왕가위감독의 오랜 파트너

세계적인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아 그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장면 마다 어우러지는 색감 풍부한 영상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답니다!





사라지는 것을 보는 서글픔이 큰 것처럼 낯익은 것이 돌아올때의 기쁨도

큰법인것 같습니다.

영화 한편이 시대의 조류를 바꿀수야 없겠지만...

 

[무간도]는 조금식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는 홍콩영화를 지켜보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