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일리아드 < TROY >
호머가 남긴 그리스 신화의 결정판이자 양대산맥인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는
수세기에 걸쳐 인구에 회자되왔습니다.
제 생각엔 인류역사상 최고의 판타지문학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웅장하고 장엄한 트로이와 그리스의 10년 전쟁을 그려내었던 일리아드가
영화화되었습니다.
오랜 전란속에 힘든 평화협상을 일궈낸 트로이와 그리스.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와 파리스가 그리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궁전을 찾아
협상의 성공을 축하하는 연회를 엽니다.
하지만 축제의 시간에 전란의 불씨가 되버릴 , 당대최고의 미인으로 불리던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네와 파리스의 사랑은 싹트게 되죠.
형 헥토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귀국하는 파리스.
졸지에 아내를 뺏긴 복수심에 불타 메넬라오스는 형인 그리스왕 아가멤논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아가멤논은 도시국가 그리스의 완전한 통합과 강력한
전제왕정을 구축할 야심에 난공불락의 요새도시 트로이 정복을 선언합니다.
그리스 연합군의 책사, 이타카의 왕 오딧세우스는 당대최강의 전사이자 영웅인
아킬레스를 참전시키고자하나 그는 아가멤논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에
주저하게되죠.
결국 여신인 어머니의 권유로 역사에 남을 전공을 세울 각오로
참전을 결정하는 아킬레스.
트로이와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 헥토르와 아킬레스의 대결이 시작되려합니다.
볼프강 피터슨감독은 확실한 지향점을 잡고 이 장대한 이야기를 다루어갑니다.
일리아드를 형성하는 씨줄과 날줄, 즉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전쟁에서 전자를
배제하고 철저히 인간들의 전쟁쪽에만 포커스를 맞춘것이죠.
자연히 원작대로라면 판타지로 규정되어야할 영화가 시대액션으로
정형화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트로이]에 판타지적 요소는 눈 씻고 찾을래도 없으니
혹 기대하셨던분들은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대한 스토리 탓일까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전례로 보듯 시리즈로 나눴어도
좋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제우스와 아폴로의 대결, 헤라와 아프로디테의 반목등 얼키고 설켜있는
일리아드의 인과관계가 트로이의 중심축에서 배제되버린건
두고두고 아쉬움이 되버렸습니다.
물론 피터슨은 사실적 접근으로 신화적 상상력이 배제된 , 고대 그리스의
정치권력의 충돌속에 빚어진 전쟁의 이면을 그려보고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형적 전쟁영화로 규정한다면 트로이의 전투씬은 매우 훌륭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반지시리즈,글래디에이터등의 씬을 떠올리실테지만
2억달러를 쏱아부은 트로이도 결코 만만치않은 전투씬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판타지적요소를 배제한 댓가로 더욱 리얼한 전투씬을
마음껏 펼칠수있었는지도 모르죠. - 과연 괜히 2억달러가 아니더군요!
비록 에릭바나[헥토르]가 대립각을 세우긴하나 역시 이 영화는 브레드피트의
영화입니다.
간만에 피트 특유의 마초 이미지[ 절대 비하적 표현아님~]의 만개를
볼수있었습니다.
창 한자루 달고 광야에 서있기만 해도 스크린 가득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는
역시 대단했습니다. 나이를 의심케하는 멋진 몸을 과시하는 베드씬도 멋졌구요.
한편으로는 이젠 지긋[?]한 케리어를 자랑하는 그가, 나름대로 선구안을 가지고
다양한 케릭터를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발을 휘날리며 웃통을
드러내야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돼보였습니다.
피트는 그의 두드러진 외모탓에 조금은 손해를 보는 배우가 아닐까합니다.
사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데뷔작이던 [델마와 루이즈]에서의 섹시하고
귀여운 사기꾼 청년 역 부터 시작해서 [12 몽키즈]의 미치광이 환경주의자
[트루 로맨스]의 게으른 마약 중독자 ,[칼리포니아]의 미치광이 살인마, 등
헐리웃 메이저 배우답지않게 전형적이지 않은 케릭터에 도전해온 흔적이
역력합니다.
사실 항상 주류의 핵심을 벗어난적없는 그라면 블럭버스터만 고를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피트는 선구안은 뛰어났으나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차가웠습니다.
굳이 연기력을 척도로 말하고싶진않지만 [가을의 전설]의 이미지를 기대하는
관객과 제작사의 존재는 그에게 또다른 딜레마이자 족쇄가 아닐찌 모르겠어요.
그렇더라도 그가 표현하는 마초이미지는 스텔론,슈왈츠제네거등의 근육맨
액션스타와는 격이 다른 그만의 것으로 봐야하지않을까요?
무적의 전사이면서 통제 불능의 자유로운 영혼인 아킬레스...
지극히 강하면서 또한 인간적인 영웅의 면모를 잘 그려낸듯싶었습니다.
씬은 많지않았지만 피터오툴[프리아모스왕]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도
눈여겨둘만합니다.
에릭바나와 함께 서사구조를 탄탄히 하는 중심축역활을 잘해주었습니다.
반지팬들이라면 숀빈[오딧세우스]과 올랜드 블룸[파리스]을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수 없겠죠? ^^
실제 일리아드에도 궁술의 신 아폴로의 축복을 받은 신궁으로 그려졌던
파리스역에 반지의 신궁 레골라스역의 블룸의 캐스팅은 또다른 재미를
더해줍니다.
원작에 광적이리만큼 충실했던 반지와 달리 감독의 재량에 따른 편집의 극치인
트로이!
여러가지 시각을 낳겠지만 앞으로 원작다운 판타지버전의 일리아드,오딧세이
[피터잭슨이나 리들리 스콧버전? ^^ ]도 기다려봅니다 !